대체로 어떤 나라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첫느낌은 냄새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먼지냄새와 에어컨 냉각제 냄새로 소독을 했던 여남은 시간의 비행. 비행기를 나와 처음 맡게 되는 청량한 공기. 그리고 거기에 섞인 희미한 대륙의 냄새. 물론 프랑스에 간다고 빵냄새가 나고, 미국에 간다고 햄버거 냄새가 나는 건 아닐테지만. 그냥 설명못할 풍토의 냄새가 있지 않은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 4년 전 취재차 갔었던 알바니아의 냄새. 그리고 브라질 상파울로에 내렸을 때의 냄새. 전자는 유난히 먼지가 많고, 사막에서 이는 건조한 바람이 공항까지 불어와 저절로 코평수를 좁히게 되던 기억. 그리고 상파울루는 왠지 모를 청량한 밤공기. 분명 경제도시라고 녹지가 많지는 않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자수 잎과 붉은 땅 냄새가 많이 나던 공항. 약간 들큰한 공기내음이 맞아줬던 공항에서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인도는? 카레향이다. 정말 공기중에서 카레가 느껴진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먹는 다양한 마살라(양념)의 내음이 진동한다. 하나는 이들이 정말로 마살라를 잔뜩 끼얹은 밥을 먹기 때문이고, 더 정확히 얘기하면 워낙 인구가 많아 그 내음이 한명한명에게서 뿜어져 나와 혼연일체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몬순기후 특유의 습한 공기와 포장이 안된 도로에서 올라오는 흙먼지. 이게 인도에서 나를 내내 따라다니던 냄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대륙의 냄새를 결정하는 건 사람들이다. 어디를 가도 있는 사람들, 그들이 사먹고 있는 음식, 내뿜는 땀과 트름, 이들이 싸놓은 분비물, 머리 위로 올라오는 김. 겨드랑이로 내뿜는 내음. 사람에게서만 날 수 있는 냄새가 이 대륙에 진동한다. 사람에게서 나는 마살라 내음이라는 건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참 어려운데, 마치 후추처럼 맵고 시큼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좀 역겹고, 한편으로는 구미를 좀 자극해서 신경을 늘 깨워놓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플 때 인파가 지나다니는 길에 이 냄새를 맡고 있자면, 혼절할 지경이었다.)
냄새라는 건 다행히 어느 순간에는 익숙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화장실 냄새에 질겁하다가도 그 안에 들어가있으면 어느새 다 잊어버리는 것처럼, 나는 뜨거운 목욕에 몸을 담그듯 어느새 그 안에 몸을 푸욱 담근다. 공항에서 뉴델리 숙소로 가는 길. 그 냄새를 천천히 마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