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다. '주세요'하고 저어 멀리서 웃으며 물건을 가지고 온다. '쓰레기통에 버리세요'라고 하면, 과감하게 툭 던져 놓는다. 앉으세요,라고 하면 저벅저벅 걸어와서 털썩 앉는다. '말'을 알아듣는다,는 건 정말 신기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내가 하는 모든 대화내용을 듣는다는 것은 이제부터는 이현이 앞에서 좋은 말, 도움이 되는 말만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없어 보여도 아들은 내가 남편과 하는 말, 어머니와 하는 말, 친구들과 하는 말을 다 듣고 있다. 내가 하는 말들이 아들의 입을 통해 다시 흘러나오는 걸 보면 신기하다. 맘마, 까까, 응, 좋아 같은 단어들. 애매하게 입을 오므려서 어떻게든 비슷한 소리를 내려는 아들을 보면서 가슴이 벅찬다.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나가는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