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동네 카테고리 없음 2012. 4. 18. 10:34

동네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 이사온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삶이 송두리째 바뀐 느낌이다. 물론 동거를 시작했고, 새 가구가 많이 들어왔고, 또 여러가지 여건상 삶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소격동,이라는 작은 동네가 갖고 있는 매력은 정말이지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 부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벚꽃잎의 흩날림, 아침의 고요한 골목, 주말에 삼청공원에 올랐을 때의 상쾌함과 활짝 피어있는 아름다운 벚꽃들,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광화문 길과 민속박물관 담벼락, 그리고 저 멀리서 북한산 너머로 사위어가는 저물녘의 해. 그동안 목동에서는 매번 풍경을 지나치기만 했다면, 광화문 거리의 풍경과 그 안에 푹 묻혀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목동 오목교 역에 내리면 금세 '회사'의 테두리 안으로 흡수되어버리지만,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에 내리는 순간 이상하게 안도감이 생기고 집에 가는 길이 즐겁고,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이렇게 타임슬립을 한듯한 느낌이 내게 준 선물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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