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을 왜 갔냐고 묻는다면
평소 인도음식을 그럭저럭 좋아하기도 하고, 작년 즈음 친한 지인이 다녀와서 늘어놓은 여행담도 있을 것이고, 더이상 나이가 들기 전에 '청년다운 배낭여행'을 해보자라는 무언의 합의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순간에 '정신의 고향'이라고들 떠도는 곳에 한번쯤 가보고 싶은 것도 있었을테고.
그런데 한참 기억의 뒤편으로 가보자면, 내가 인도를 가보고 싶었던 건,
순전히 원모어찬스의 '럭셔리 버스'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남인도에 놀러간 정지찬이 럭셔리 버스를 예약하면서 일어난 짧은 에피소드를 배경으로 한다. 고생고생해서 예약한 럭셔리버스. 그런데 막상 도착한 버스는 닭, 사람, 걸인이 다 같이 타는 구질구질한 버스였다는. 그런데 그런 구질구질한 버스마저도 어떤 인도 할머니는 돈이 없어서 타지 못하고 내려야 했다는 반전이 숨어있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라는 건 어떤 상황과 조건 속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럭셔리한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거 아니겠냐며. 어쩌면 지금 우리의 인생도 누군가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는 럭셔리한 인생이 아니겠냐는. 그런 의미가 담겨져있다.
나는 이 노래를 정확히 2년 전쯤 들었는데, 듣는 순간 정말 좋았다. 약간은 촌스러운 가사며 단순한 멜로디도 좋았고, 여행에서 얻었던 소회를 풀어내는 방식도 좋았다. 사실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이 그룹의 존재 자체도 몰랐지만,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유재하 특집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정지찬의 매니저가 건네준 시디를 무심코 틀어봤을 때, 정말. 정말 좋아서 나는 이 노래를 정말 여러번 돌려들었다. 언젠가 인도에 갈 생각은 채 하지 못한 채.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이 노래를 이번 봄-여름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여러번 들었고, 그즈음은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뒤 정신적으로 가장 피폐하고, 일적으로는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꾸역거리면서 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다 마무리를 짓고, 휴가를 얻게 된 어느날, 난 이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인도에 만약 간다면, 나도 나만의 럭셔리버스를 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