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독박육아'라는 게 어떤건지 이전엔 잘 몰랐다. 우리 엄마도 거의 혼자의 힘으로 우리를 키워냈으니까. 그 시대의 아버지들은 으레 다 그랬으니까.
요즘 우리집의 일상은 이렇다. 남편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씻고 6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그리고 돌아오는 시간은 대략 11시, 12시, 1시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오늘 좀 일찍 갈게'이러면 11시. 오늘 좀 늦어 이러면 1,2시. 매일이 똑같다. 당연히 아이가 자는 시간은 저녁 7시즈음이니 주중에는 아이 얼굴을 볼 기회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주말에는? 대략 6시간 정도 보는 것 같다. 대개 10시, 11시까지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니까(아니 자도록 내버려두니까. 나도 일의 고단함이 어떤건지는 아니까) 그렇게 부스스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하면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거나 최소한 같이 소통하고 있는 시간은 이현이가 잠드는 모드로 돌입하는 저녁 6시까지. 이현이의 낮잠시간 두어시간을 빼면 고작해야 5시간 정도다.
그마저도 주말에 약속이 있다, 머리를 자르러 가야 한다, 회사를 가야 한다 등의 이유로 못보면 또 고작해야 5시간. 때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남편은 아이가 안 보고 싶은가. 나라면 당장 눈뜨고 너무 보고싶을 것 같은데. 나는 요즘도 아이가 일어나기 한두시간 전만 되면 어떻게 일어나서 인사할까,라는 생각으로 두근두근한데. 남편은 삶에 지쳐서인지 별로 그렇지 못하다. 아이에게 쏟아야할 사랑의 총량이 일로 옮아간 느낌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나는 독박육아를 하진 않는다.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는 베이비시터 선생님이 와주신다. 내가 내린 최고의 선택이기도 했다. 하루종일 말 안 통하는 아이와 혼잣말하며 멀뚱멀뚱하고 있느니, 그래도 내 월급만한 돈을 주고서라도 말을 할 수 있는 어른과 같이 지내자, 라고 생각했다. 물론, 선생님이 힘이 되어주시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가까운 사람과 같이 사는것과는 비견할 수 없는 것 같다. 대화의 주제가 한정되어있고, 하루종일 아이와 붙어있으면 '언제쯤 자주려나..'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좋다가도, 내일이면 다시 시작될 똑같은 하루에 뭔가 아득해지고 벌써부터 지치는 감정이 들 때가 있다. 마치 햄스터처럼 좀체 멈출 기미를 모르는 수레바퀴에 올라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불만은 쌓이고, 외로움도 쌓이는데 그게 하루하루 해소되지 못하고 주말까지 쌓이는 느낌이다. 그때마저도 남편이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지 않는 이상 잔소리나 투정으로 나오게 된다. 그게 요즘의 사이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