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밤

인도의 밤 머물던 곳 2014. 7. 29. 19:05

밤은 더웠다. 여름날의 습기는 한낮의 먼지와 매연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아직 달궈져있는 대지는 그 위에 이불처럼 얇게 깔린 공기도 덥힌다. 청량함이 느껴지는 조국의 공기와 달리 이곳의 공기는 들이쉬면 쉴수록 가슴이 텁텁하게 막혀온다. 마치 깨나 조 같이 알알이 작은 씨앗들을 한숟갈 넣은 물 같이 목넘김이 깔깔하다. 공기를 마시기만 해도 목이 아픈데, 나는 이날 정말로 몸이 아팠다. 밤새 기차를 타고 달려와 아침부터 타즈마할을 보고 온 뒤, 몸은 무겁게 땅으로 꺼졌다. 메슥거림, 구토, 어지러움 같은 증상들이 잇따랐지만, 무엇보다 중력이 무한의 세기로 내 몸을 짓누르는 기분이 고통스러웠다.  몸은 녹이 슨듯,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대며 관절마디에 아픔을 전해온다. 목이 결리고 자세가 부동인지라 조금만 뒤척이고 누우려고 해도, 아픔보다는 부동의 고통을 택하리.  그 아픔으로 나는 오후 내 조국에서 8시간 걸리는 인도의 수도, 거기에서도 17시간이 걸리는 관광지에 와서 오후를 보내고 있다. 타즈마할의 아름다움도 잠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세밀한 벽화를 한 호텔의 화려함도 잠시, 파리와 모기떼가 마중하듯 열어놓은 창으로 끊임없이 꼬물거리며 들어오는 밤. 물이 없어서 생수 한잔만 마셨으면, 마셨으면 하고 바라던 밤.  아그라에서 맡았던 밤의 공기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Posted by 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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