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건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사건에는 두 사람의 성향 및 행로를 포함하여 시공간적 흐름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애에 대한 표상은 오직 두 주체만을 중심에 놓는다. 또 감정이 생겨난 주변조건 및 그 흐름과 궤적에 대해선 전혀 살피지 않고, 오직 누가 더 감정을 오래, 많이 간직하고 있었던가를 기준으로 사랑의 성패를 나누고 싶어한다. 니체는 일찍이 주체를 유별나게 강조하는 근대적 인식론은 주체에게 책임과 의무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바 있다. 연애 표상 역시 그런 측면이 적지 않다. 그래서 시절인연이 어긋나게 되면 서로 책임전가를 하느라 바쁘고, 그것이 더 감정적 골을 부추겨 사랑과 배려가 졸지에 원한과 복수의 정서로 돌변해 버린다. '너 없인 못살아'에서 '너죽고 나 죽자'로. 남는건 결국 누가 찼는가와 누가 차였는가, 뿐!
-고미숙 <호모에로스> 중-
나는 그간 많은 연애를 해온 편은 아니지만, 짝사랑이건 맞사랑이건 꾸준히 누군가를 사랑해왔다.
그런데 요즘엔 정말 헷갈린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사랑을 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랑하고 있는 우리의 관계를 사랑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관계를 만들게끔 하는 운명적인 찰나, 그 자체를 동경하고 바라는건가?
그럼에도 연애에 대한 표상은 오직 두 주체만을 중심에 놓는다. 또 감정이 생겨난 주변조건 및 그 흐름과 궤적에 대해선 전혀 살피지 않고, 오직 누가 더 감정을 오래, 많이 간직하고 있었던가를 기준으로 사랑의 성패를 나누고 싶어한다. 니체는 일찍이 주체를 유별나게 강조하는 근대적 인식론은 주체에게 책임과 의무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바 있다. 연애 표상 역시 그런 측면이 적지 않다. 그래서 시절인연이 어긋나게 되면 서로 책임전가를 하느라 바쁘고, 그것이 더 감정적 골을 부추겨 사랑과 배려가 졸지에 원한과 복수의 정서로 돌변해 버린다. '너 없인 못살아'에서 '너죽고 나 죽자'로. 남는건 결국 누가 찼는가와 누가 차였는가, 뿐!
-고미숙 <호모에로스> 중-
나는 그간 많은 연애를 해온 편은 아니지만, 짝사랑이건 맞사랑이건 꾸준히 누군가를 사랑해왔다.
그런데 요즘엔 정말 헷갈린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사랑을 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랑하고 있는 우리의 관계를 사랑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관계를 만들게끔 하는 운명적인 찰나, 그 자체를 동경하고 바라는건가?